오라룬3장

8화. 고향을 부수지 않는 법

가라앉는 외곽 섬을 향해 첫물호가 돌아가는 동안, 리아는 갑판 바닥에 두 장의 종이를 펴지 않았다. 그는 한 장뿐인 두꺼운 바탕지를 난간의 못에 걸고, 가장자리에 납추를 매달았다. 물매듭은 젖은 줄을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흔들렸다. 하나는 첫물호가 지금 피해야 할 얕은 물과 기울어진 섬을 가리켰고, 다른 하나는 중앙의 오르메에 난 반듯한 길을 가리켰다.

“두 지도를 겹쳐서 하나를 고르면 안 돼요.” 리아가 말했다. “같은 바탕을 쓰되, 서로 다른 층으로 남겨야 해요.”

그는 현재 지도 쪽에는 물매듭과 거리추가 늘어난 자리만 눌러 표시했다. 줄이 짧아진 까닭, 납추가 바닥을 다르게 만난 까닭, 구조선이 돌아가야 했던 까닭도 그 옆에 작은 매듭의 간격으로 남겼다. 오르메 쪽에는 중앙에서 바깥으로 뻗은 집과 우물과 부두의 배치를 얇은 수피 가루로 찍었다. 두 자국은 같은 종이 위에 있었지만 서로 섞이지 않았다. 현재 지도에는 섬들이 아직 충돌을 피하려고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있었고, 가능성 지도에는 한 번도 세워지지 않은 집들이 완성된 배열로 놓였다.

“오르메는 여기에 넣는 거예요?” 마온이 물었다. 그는 구조 밧줄을 어깨에 감은 채 종이 곁에 서 있었다. 얼굴에는 조금 전 잔영 가족에게서 돌아선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오르메가 했을 법한 약속과 건축의 모양은 여기에요.” 리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벨로섬의 우물물이 짰던 날이나, 수림섬 지붕이 샜던 날은 이쪽으로 넘어오면 안 돼요. 그건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지나온 지도니까요.”

리아는 바탕지 한쪽을 손등으로 가렸다. 그 아래에는 오르메의 부두가 아주 가지런히 이어져 있었다. 다른 손으로는 그 부두 위에, 지금 첫물호가 구조 밧줄을 걸고 있는 실제 물길을 따라 매듭을 올렸다. 두 표시는 처음에는 서로 밀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리아는 부두를 지우지 않고, 매듭도 부두 위에 덮어 칠하지 않았다. 종이를 기울여 보니 수피 가루로 찍은 길은 바탕에 얇게 남고, 물매듭의 그림자는 그 위를 지나갔다. 같은 자리에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장소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진짜냐고 묻는다면요?” 내가 물었다.

리아는 납추의 흔들림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현재 지도는 오늘 배를 어디로 돌려야 하는지 말해요. 가능성 지도는 사람들이 무엇을 함께 바라봤는지 남겨요.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달라요. 그래서 같은 줄로 묶으면 둘 다 망가져요.”

세른은 그 말을 듣고도 중앙의 뿌리 골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빈 닻은 섬 사이의 물을 눌러 짧게 만들고 있었다. 뿌리 골격에는 말이 새겨져 있지 않았다. 굵은 뿌리 몇 가닥이 물린 방향, 화로 바닥을 받친 돌의 무게, 거리추의 매달린 높이, 빈 결속부의 벌어진 틈이 서로를 당길 뿐이었다. 그 무언의 배열 위에서 첫 룬 파편은 물과 수피와 재의 기록을 한 덩어리로 모으고 있었다.

네아가 무광 집게를 꺼냈다. “기억 전체를 집어낼 수는 없어요. 그러면 오르메를 기다린 감정까지 억지로 잘라 내겠죠.”

그녀는 첫물호에서 가져온 화로의 재와 검은 퇴비, 잘린 뿌리의 껍질을 차례로 살폈다. 집게 끝은 재 자체가 아니라, 재가 중앙의 매끈한 화로로 흘러가려는 얇은 결만 집었다. 어느 집의 겨울이었는지, 누가 불을 지폈는지까지 말해 주지 않는 결이었다. 다만 ‘이 온기는 오르메의 화덕으로 가야 한다’고 현재 화로를 밀어붙이는 방향이었다.

“없애는 게 아니라?” 내가 물었다.

“현실을 덮는 손만 떼는 거예요.” 네아가 말했다. “오르메의 집을 생각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판정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 마음이 아르마의 물통을 들고, 마온 어머니의 화로를 비우고, 이 섬들을 한 자리로 끌어가게 하지는 못하게 해요.”

그녀는 집게 끝을 다시 벌렸다. 이번에는 에단의 낡은 무릎 천에서, 오르메 북쪽 구역의 기둥으로 이어지려는 가는 결을 찾아냈다. 에단이 목수였던 사실은 지우지 않았다. 아이를 안고도 지붕을 고쳐 온 손의 능숙함도 그대로 남겼다. 다만 그 손이 지금 당장 중앙의 기둥을 세워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방향만, 수피와 천 사이에서 조용히 떼어 냈다. 에단은 한쪽 무릎을 펴려다 멈추고, 아이의 신발끈을 묶었다.

“내가 기둥을 세우지 않으면?” 그가 물었다.

“오늘은 아이를 배에 태우면 돼요.” 네아가 말했다. “내일 무엇을 지을지는 현재 섬에서, 현재 도구를 보고 정하면 되고요.”

에단은 한동안 중앙의 반듯한 집을 보았다. 그러다 아이를 안은 팔을 고쳐 잡았다. 그 순간 오르메의 기둥 하나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가능성 지도에서는 여전히 그 기둥이 서 있었다. 다만 현실의 에단에게서 뻗어 간 강제된 다음 동작만 끊겼다.

그녀가 집게를 닫자 화로에서 중앙으로 향하던 온기의 결이 끊어졌다. 재는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았다. 화로 바닥의 오래된 층으로 차분히 내려앉았다. 오르메의 집 한 채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집의 온기가 더는 현실 화덕을 비워서 유지되지 않았다. 가능성 지도 위의 수피 가루가, 그 자리에 화덕이 있어야 한다는 계획의 모양만 남겼다.

도린이 조타륜을 짚었다. “말은 나중에 해. 섬이 먼저 기울고 있다.”

바깥 섬의 흙 가장자리는 이미 물에 잠겨 있었다. 집 두 채가 서로 기대어 버티고, 사람들은 뿌리다리의 잘린 끝에 매달려 있었다. 도린은 첫물호를 부두에 대지 않았다. 부두는 오르메의 완벽한 정박 자리와 겹쳐 있어, 배가 닿는 순간 중앙으로 끌려갈 판이었다. 그는 삼중 매듭의 셋째 줄을 느슨하게 풀고, 첫째 줄을 수림섬 쪽 뿌리에 걸었다. 왼손의 아문 흉터가 줄에 눌렸지만 도린은 손을 바꾸지 않았다.

“배가 섬을 붙드는 게 아니다.” 그가 선원들에게 말했다. “사람을 받는 동안만, 우리가 서로 떨어지지 않게 한다.”

마온이 뿌리칼로 물에 잠긴 뿌리의 거친 껍질을 벗겼다. 안쪽에는 오래 수리한 자리에 덧댄 수피와, 병든 해에 검게 변했다가 다시 자란 결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 결을 따라 새 줄을 묶었다. 수림은 섬을 멋대로 들어 올리지 않았다. 마온이 알아낸 살아 있는 뿌리의 방향만 받아, 사람이 건널 만큼의 다리를 조금씩 이어 주었다.

도린은 그 다리 끝에서 주민들을 받았다. 늙은 여자가 먼저 아이를 건넸고, 그 뒤에 어부가 젖은 상자를 밀었다. 상자에는 그물추와 깨진 잔, 작은 조리칼이 들어 있었다. 오르메의 부두 쪽에서는 빈손이면 충분하다는 듯 깨끗한 길이 열렸지만, 도린은 상자도 배에 올렸다. 그는 누구도 완벽한 고향으로 옮기지 않았다. 지금 가진 무게와 함께 첫물호의 갑판으로 옮겼다.

“그건 버려도 되잖아요.” 누군가가 말했다. 물에 젖은 상자를 든 어부가 스스로에게 말한 것인지도 몰랐다.

“버릴지는 나중에 정해.” 도린이 대답했다. “지금은 네가 들고 온 물건이야.”

그 짧은 말 뒤에 어부는 상자를 놓지 않았다. 물매듭 하나가 현재 지도 위에서 바깥 섬 쪽으로 조금 풀렸다. 해류가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 섬이 중앙의 부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떠나온 자리로 다시 읽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갑판에는 구조된 사람들만 차례로 늘었다. 도린은 누가 먼저 배에 올랐는지로 자리를 나누지 않았다. 아이 곁에는 그 아이를 안고 있던 어른을, 다친 사람 곁에는 그 사람의 집에서 가져온 물건을 놓게 했다. 움직이는 정박지는 배를 하나의 완전한 항구로 만들지 않았다. 매듭마다 서로 다른 무게를 버티며, 어느 쪽에서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만 드러냈다. 도린은 그 차이를 읽어 배를 조금씩 돌렸다. 왼손 흉터가 줄의 거친 섬유에 스쳤지만, 그는 통증 때문에 줄을 놓지 않았다.

마온도 구조가 끝난 사람을 중앙 쪽으로 보내지 않았다. 그는 뿌리다리에서 건너온 아이에게 말없이 작은 뿌리 표본을 건넸다. 아이는 그것이 어느 집에서 떨어졌는지 모른 채 쥐었다가, 어머니가 표본의 금 간 자리를 알아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물에 젖은 표본을 한참 들여다본 뒤 갑판 구석에 함께 앉았다. 오르메의 잔영은 그 금이 왜 남았는지 몰랐다. 하지만 현재 지도에는 표본을 건네받은 손의 무게가 새 물매듭 하나로 남았다.

수림섬 쪽에서는 잘려 나간 나이테가 오르메의 기둥을 떠받치고 있었다. 마온은 다리 끝을 붙든 채 그 기둥을 보았다. 그의 손이 떨렸지만 뿌리칼은 중앙을 향하지 않았다. 그가 수피 한 조각을 떼어 내자, 수림의 뿌리는 그 조각에 남은 결을 받아 작은 틀을 만들기 시작했다. 뿌리는 집 한 채를 새로 세우지 않았다. 손바닥만 한 수피 모형 안에서 벽과 지붕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졌을지, 우물이 어느 골목과 닿았을지 가느다란 결로 남겼다.

리아가 가능성 지도 위에 그 모형을 올려놓았다. “건축의 기억은 여기로.”

수림은 현실 섬의 나이테를 모형 안으로 옮기지 않았다. 수리 흔적도, 병든 뿌리를 잘라 낸 검은 결도 따라가지 않았다. 그곳에는 오르메가 계획으로 품었던 기둥의 간격과 통로의 방향만 남았다. 마온은 모형의 작은 지붕을 보다가, 자기 집에서 뜯긴 뿌리가 돌아올 길을 바라보았다.

“저건 우리 집이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아니지.” 네아가 말했다. “그래서 보존할 수 있어.”

구조된 주민들은 갑판에서 자기 물건을 꺼냈다. 아르마는 찌든 물통을 난간 곁에 놓고, 손바닥으로 눌린 자국을 하나씩 더듬었다. 에단은 아이의 젖은 신발을 벗기고, 무릎을 감싼 낡은 천을 다시 묶었다. 마온의 어머니는 자기 화로에서 가져온 재를 종이 위가 아닌, 작은 그릇 속에 담았다. 리아가 현재 지도 가장자리에 물매듭을 하나씩 걸 때마다 그들은 어느 섬에서 무엇을 고쳤고 누구와 물을 나눴는지 말해 주었다.

그것은 이름을 크게 부르는 의식이 아니었다. 아르마는 짠 샘을 피해 산 쪽으로 물을 길었던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에단은 비가 샌 날 아이를 맡아 준 이웃의 집을 말했다. 마온의 어머니는 약물을 끓이느라 쓴 재가 어느 화로의 가장 안쪽에 남아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현재 지도는 그 말들을 완벽한 도면으로 고정하지 않았다. 다만 물매듭의 어긋난 간격과 납추의 무게, 화로 재의 거친 층으로 오늘까지 이어진 자리를 다시 붙들었다.

오르메의 계획 주민 잔영은 그 곁에서 옅어졌다. 그들은 이웃이 손을 내밀 법한 모양과, 아이가 안전한 집에서 잠들 법한 장면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먼저 줄을 잡았는지, 물이 모자랐을 때 누가 자기 몫을 미뤘는지는 알지 못했다. 리아의 두 지도는 그 차이를 지워서 이기려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것을 서로 다른 층에 남기며, 어느 쪽도 다른 쪽의 생활을 삼키지 못하게 했다.

세른이 마침내 빈 닻에서 돌아섰다. 그의 발끝 옆에서 빈 결속부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가능성 지도 위의 수피 모형을 본 그는 오래 말하지 않았다.

“모형이라.” 그가 말했다. “그 안에서 누구도 살지 않겠지.”

“살지 않은 곳이니까요.” 내가 말했다.

“내게는 살았던 곳이야.” 세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거기서 나는 비를 피했고, 식탁에 앉았고,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네가 그 감정을 계획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내가 잃은 것이 가벼워지지는 않아.”

“가볍다고 한 적 없어요.” 나는 중앙의 화로와 바깥 섬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그 기억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집을 빌릴 수는 없어요.”

세른은 나를 한참 바라봤다. 그러고는 빈 닻 아래의 납추를 발로 밀었다. 납추가 기울자 결속부의 빈 틈이 커졌다. 그 틈은 물도 불도 아닌, 거리를 잘못 접어 만든 속이었다. 안쪽에는 화로 바닥과 뿌리방, 매달린 거리추가 서로 맞지 않는 높이로 겹쳐 있었다.

“결국 남길 것을 고른 거군.” 세른이 말했다. “살아 보지 못한 곳은 작게 접어 두고, 살아 있는 곳만 넓혀 두는 방식으로.”

“작게 만들려는 게 아니에요.” 나는 말했다. “누구의 발밑도 빼앗지 않는 자리를 만들려는 거예요.”

“그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고 믿나?” 세른이 물었다. 그는 바깥 섬의 기울어진 집들을 보았다. “나는 그런 말로 버티는 사람들을 많이 봤소. 기록은 남고, 집은 가라앉는다.”

그가 무엇을 어디서 보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묻지 않았다. 지금 세른의 얼굴에 있는 것은 설명 하나로 풀릴 피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피로가 아르마의 물통과 마온의 집을 가져갈 까닭도 아니었다. 나는 빈 결속부와 그 앞에 선 사람을 똑바로 보았다.

“사고가 없던 삶을 보았지.” 세른이 말했다. “그 삶을 모형으로 남길 수 있겠나?”

나는 대답할 틈이 없었다. 빈 닻이 내 손목의 흉터를 먼저 잡아당겼다. 흉터가 없는 손이 내 앞에서 겹쳤고, 그 손은 아무 망설임 없이 낯선 임명장을 받아 들고 있었다. 네아가 내 소매를 붙들었지만, 결속부의 빈 틈은 현재 갑판과 나 사이의 거리를 한 순간에 접었다.

리아의 물매듭이 팽팽하게 울고, 도린이 내 이름을 불렀다. 마온이 뿌리다리 쪽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빈 닻은 구조 밧줄의 무게까지 자기 쪽으로 끌었다. 내 발밑의 젖은 나무가 사라지고, 불탄 적 없는 화로의 차가운 돌과 뿌리 골격의 그늘이 나를 받쳤다.

나는 세른이 닫아 버린 빈 닻 안으로 끌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