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룬3장

7화. 완벽한 섬의 주민들

구조한 주민들은 첫물호 갑판에서 자기 이름을 잃기 시작했다.

벨로섬의 물지기 아르마는 물통을 안은 채 선미에 앉아 있었다. 그가 자기 이름을 부르려 할 때마다, 입에서는 다른 이름이 나왔다. 오르메의 우물지기라며 다가온 여자가 아르마의 손에서 물통을 가져갔다. 여자는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묻지 않았다. 대신 오늘 저녁이면 중앙 우물에서 모두에게 같은 양의 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아르마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의 손목에서는 아직 벨로섬 물통의 젖은 끈이 흘러내리고 있었는데도.

수림섬에서 온 목수 에단은 어린아이를 안고 갑판 기둥에 기대 있었다. 오르메의 남자가 그에게 다가와 집 짓는 손이니 북쪽 구역의 기둥을 맡으라고 말했다. 에단은 지난달 지붕을 고치다 망가진 오른쪽 무릎을 만지며, 그 말을 거절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잔영의 손이 그의 어깨에 닿자, 아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묻던 기억이 밀려났다. 그는 자기가 원래부터 그 완벽한 집들을 지은 사람이라는 표정으로 일어서려 했다.

리아는 지도 위에 주민들의 이름을 적지 못했다. 적은 글자가 문제는 아니었다. 그가 “아르마, 벨로섬 우물”이라고 말하면, 물매듭 하나가 중앙 쪽으로 미끄러졌다. “에단, 수림섬 지붕”이라고 말하면, 다른 매듭이 오르메의 반듯한 부두를 향해 팽팽해졌다. 계획 속 주민 잔영은 현재 주민의 이름과 집, 손에 익은 역할까지 가져가고 있었다.

“이름을 되찾게 해야 해요.” 리아가 말했다.

“이름만 부르면 더 단단히 붙을 거예요.” 네아가 말했다. 그녀는 갑판 가운데에 놓인 검은 퇴비를 살폈다. 잔영들은 낯선 몸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현실 사람의 손과 물건을, 오르메에서 해야 할 다음 행동으로 맞추고 있었다. 누군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물을 길게 하거나, 누군가의 무릎을 일으켜 기둥을 세우게 하는 식이었다.

나는 아르마의 물통을 받았다. 통의 옆면에는 손바닥만 한 눌린 자국이 여러 개 남아 있었다. 가장 깊은 자국은 물이 모자랐던 날, 아르마가 두 손으로 통을 끌어안고 언덕을 오른 자리였다. 옅은 자국은 아이들에게 먼저 물을 건넨 뒤 남은 물을 세던 날의 것이었다. 오르메 여자는 그 자국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통을 중앙 우물에 놓을 물건으로만 알았다.

“아르마.” 나는 물통을 그의 무릎 위에 다시 올려 두었다. “이 통이 무거워진 날을 말해 줘.”

그는 나를 보지 못했다. 오르메 여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제는 물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이 아르마의 입가를 흔들었다. 물을 모자라게 나누던 날은 좋은 기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손가락을 통의 깊은 자국에 갖다 댔다.

“막내가 열이 났을 때.” 그가 겨우 말했다. “우물물이 짰어. 그래서... 그래서 산 쪽 샘까지 갔지.”

오르메 여자의 손이 그의 어깨에서 조금 들렸다. 그녀는 아르마가 누구의 열을 걱정했는지, 그날 누가 함께 물을 길었는지 묻지 못했다. 잔영이 가진 것은 우물지기가 물을 나누는 관계와 동작의 모양뿐이었다. 짠물이 난 계절의 기다림과, 뜨거운 아이 이마에 젖은 천을 올리던 사람들의 순서는 그 안에 없었다.

네아가 무광 집게로 물통 가장자리의 찌든 물때를 집었다. 그녀는 그것을 닦아 내지 않고, 작은 수피 조각 위에 눌러 보였다. “이건 물을 길었던 횟수의 기록이에요. 누구의 혈통이나 떠돌아온 혼이 남긴 표시가 아니에요. 오늘 이 통을 든 사람이 버틴 순서죠.”

아르마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오르메 여자의 얼굴은 잠시 흔들렸다. 그녀는 아르마의 이름을 알고, 우물 곁에서 그에게 줄 역할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마가 늦은 물을 들고 돌아와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몰랐다. 잔영은 대답 대신, 중앙 우물의 깨끗한 돌바닥을 가리켰다.

그때 선미 아래에서 화덕 냄새가 올라왔다. 첫물호에 화덕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오르메에서 빼앗긴 거주 흔적이 갑판의 젖은 나무 위로 겹쳐진 것이었다. 벨로섬에서 온 사람들은 자기 집 화덕이 식어 가는 감각에 몸을 굳혔다. 실제 섬 쪽을 보니, 몇 채의 굴뚝에서 연기 대신 차가운 습기만 흘렀다. 화덕 안쪽의 연소층이 비어 가며, 오르메 쪽에는 한 번도 꺼진 적 없는 불빛 같은 온기가 늘어났다.

“재를 봐야 해요.” 네아가 말했다.

그녀는 마온의 어머니가 구조할 때 가져온 작은 화로를 열었다. 바닥에는 회색 재가 얇게 남아 있었지만, 층마다 색과 거친 정도가 달랐다. 젖은 나뭇가지가 많았던 때의 검은 재, 곡식 껍질을 태웠던 때의 가벼운 재, 오래 끓인 약물 냄새가 밴 붉은 재가 겹쳐 있었다. 그런데 가장 안쪽, 오래 남아 있어야 할 층부터 비어 있었다. 빈 자리는 오르메의 집들로 이어져, 그쪽 화덕 바닥을 지나치게 매끈하고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온은 화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어머니는 말없이 작은 재 한 줌을 손바닥에 올렸다. “이건 그해 겨울이야.” 그녀가 말했다. “밭이 말라서 뿌리 껍질을 섞어 태웠지.”

화덕의 온기가 그녀의 말을 삼키려 했다. 오르메에는 밭이 말라서 뿌리 껍질을 태운 날이 없었다. 거기서는 식사가 늘 제시간에 올라왔고, 화로는 연기 없이 따뜻했다. 마온의 어머니가 재를 손가락 사이로 흘리자, 중앙의 온기도 아주 조금 흔들렸다.

수림섬 쪽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뿌리다리의 잘린 면에서 해마다 겹쳐 온 나이테가 옅어지더니, 오르메의 집 기둥에는 처음부터 한 번에 자란 듯 고른 결이 들어섰다. 현실의 나이테가 빠진 자리는 목수들이 겨울마다 덧댄 수피와, 비가 오래 내린 해의 느린 성장까지 잃고 있었다. 빈 닻은 현재 화덕의 연소층과 나이테를 비워, 오르메 주민들이 늘 같은 집에서 같은 온기로 살았던 것처럼 채우고 있었다.

도린은 움직이는 정박지의 둘째 줄을 조정했다. 접합부는 여전히 희고 매끈한 부품에 눌려 있었지만, 수피를 대던 틈이 더 벌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선원들에게 아르마와 에단 옆에 서라고 했다. 줄 하나를 붙들고 있으면, 잔영이 사람을 오르메 쪽 역할로 데려가려 할 때 무게가 먼저 달라졌다. 도린은 그 무게가 바뀔 때마다 배를 살짝 돌려, 현실 주민이 잔영의 부두 쪽으로 곧장 걸어가지 못하게 했다.

“우린 떠 있는 자리에서 서로를 붙들 거다.” 도린이 말했다. 왼손의 흉터는 수피 붕대 없이 바람에 드러나 있었다. “누가 누구 몫을 가져갔는지, 지금 줄이 먼저 알려 준다.”

에단의 곁에는 오르메의 남자가 아직 서 있었다. 그는 에단이 북쪽 구역의 목수이며, 새 기둥을 세우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에단이 평생 듣고 싶었던 말처럼 들렸다. 실제 수림섬에서는 기둥 하나가 썩으면 여러 집이 비를 맞았고, 에단은 늘 먼저 불려 다녔다. 그는 아이를 안은 팔을 조금 풀었다.

“그 지붕은 언제 고쳤습니까?” 마온이 물었다.

오르메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 비에 무너졌고, 누가 먼저 못을 뽑았죠? 기둥이 썩었을 때 아이들은 어디에서 잤습니까?”

질문은 잔영을 몰아붙이기 위한 이름풀이가 아니었다. 마온은 자기가 살던 집의 뿌리가 뜯겨 나가는 것을 본 뒤라, 고장 난 집을 고친 관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오르메 남자는 곧 대답할 것처럼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가 내놓은 것은 모든 집이 마른 목재로 세워져 있고, 목수는 제 몫을 기쁘게 맡는다는 한 장면뿐이었다. 비가 안으로 들이치던 시간도, 못을 나누어 쓰던 손도, 아이를 이웃집에 맡긴 미안함도 없었다.

에단이 아이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작년 비에는 그쪽도 없었어.”

그가 말하자 오르메 남자의 손이 에단 어깨에서 떨어졌다. 에단의 무릎은 여전히 아팠지만, 그래서 아이를 누가 안아 주었는지도 떠올랐다. 그에게서 역할을 가져간 잔영은 목수라는 자리만 알고, 그 자리를 함께 버틴 사람들의 순서는 몰랐다.

리아는 종이에 두 이름을 나란히 적지 않았다. 아르마가 물을 길은 날의 납추 위치와, 에단이 지붕을 고친 날 뿌리다리가 흔들린 방향을 따로 표시했다. 이름은 중앙 지도에 빼앗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의 물맛, 젖은 무릎, 곁에서 줄을 잡은 손까지 한꺼번에 완벽한 도면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잔영은 주민이 아니에요.” 리아가 말했다. “우리를 기다린 조상도 아니고요. 누군가가 오르메에 살면 이런 집과 이런 일을 나눌 거라고 세운 계획이, 사람 모양으로 붙은 거예요.”

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름은 알지만, 그 이름이 오늘까지 지나온 물질을 몰라요. 관계의 모양과 행동의 순서만 가져가요.”

그 말은 잔영의 감정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선언이 아니었다. 오르메의 계획을 오래 그리며 누군가가 품었을 기대와 그리움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가 현재 주민의 통, 화로, 손과 집을 빌려 제 삶을 증명할 권리는 없었다.

마온은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의 집에서 뜯긴 뿌리 조각들이 오르메의 넓은 집 한쪽을 떠받치고 있었다. 그 문 앞에는 마온의 아버지와 누이, 어린 조카와 꼭 닮은 잔영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깨끗한 옷을 입고, 아무것도 고칠 필요 없는 집에서 그를 기다렸다. 마온은 한 걸음 앞으로 갔다. 어머니가 그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그는 부드럽게 손을 풀었다.

“잠깐만요.”

첫물호와 오르메 사이의 물길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좁아져 있었다. 도린은 첫째 줄의 압력을 읽고 배를 위험한 만큼 가까이 대지는 않았다. 마온은 난간에서 말할 수 있는 거리에 섰다.

“아버지.” 그가 불렀다. “내가 열아홉에 앓았던 뿌리병을 기억해요?”

잔영 아버지는 곧 웃었다. “네가 건강하게 자라서, 우리 밭을 넓혔지.”

“그 병이 나았을 때, 누가 며칠씩 물을 끓였습니까?”

잔영의 웃음이 그대로 멈췄다.

마온은 누이를 보았다. “흉년에는 저장 씨앗을 어떻게 나눴죠? 누가 자기 몫을 줄였고, 누가 화를 냈고, 그 뒤에 누가 먼저 사과했어요?”

누이는 그에게 마른 곡식이 늘 충분했던 창고를 말해 주었다. 조카에게는 물었다. “작년에 지붕이 무너졌을 때, 네가 쥐고 있던 못은 어느 쪽 상자에 있었니?”

아이는 작은 손을 내밀어, 새 집의 깨끗한 기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못도 젖은 수피도 없었다.

마온의 얼굴이 무너졌다. 그는 그 잔영들에게서 가족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어릴 때 누이가 자기 머리를 말려 주던 손도, 아버지가 뿌리칼을 쥐여 주던 자세도 맞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약물을 졸이던 재의 냄새를 모르고, 누이가 흉년 뒤에 깨진 곡식통을 어떻게 꿰맸는지 몰랐다. 함께 견딘 시간이 빠진 가족은, 마온이 사랑한 사람들을 되돌려 준 것이 아니었다. 가족이라면 할 법한 말을 계획대로 건네는 형상이었다.

“당신들은 내가 바랐던 가족이에요.” 마온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내가 함께 산 가족은, 아프고 모자라고 고치면서도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야.”

그는 뒤돌아 첫물호 갑판의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의 손바닥에는 조금 전 화로에서 묻은 회색 재가 남아 있었다. 그 재는 보기 좋지 않았고, 손을 씻으면 빠질 것이었다. 그래도 마온은 그 손이 자기 이마에 젖은 천을 올리던 손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른은 빈 닻이 있는 중앙 뿌리 골격 곁에 서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마온의 질문을 말리지 않았다. 잔영들이 대답하지 못하는 동안, 그의 손안 좌표 결속부의 금속 조각은 더 가까워졌다. 마온이 그쪽을 향해 말했다.

“당신도 들었겠죠. 이들은 질병도, 흉년도, 수리도 몰라요. 함께 견딘 사람이 아니라 함께 견딘 것처럼 보이는 계획이에요.”

마온은 한 번 더 또렷하게 말했다. “현실의 질병과 현실의 흉년, 현실의 수리를 모르는 가족은 우리 가족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세른은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느낀 사랑이 없던 건 아니야.”

“없었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마온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현실 가족의 집을 뜯어 증명할 수는 없어요.”

그는 뿌리칼을 중앙이 아니라, 첫물호에 연결된 구조 밧줄 쪽으로 들었다. “저는 현실 주민을 옮기겠습니다. 당신이 고른 결속에서 돌아설 거예요.”

그 말은 마온이 하나의 고향이 필요하다는 세른의 말에 처음부터 귀를 닫았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군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살아 있는 섬들을 재료로 바꾸지 않는 방법이 필요했다. 마온은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 줄을 잡고, 이름을 잃었던 아르마에게 물통을 다시 건넸다.

세른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피로가 먼저 지나갔다. 그는 빈 닻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대신 뿌리 골격 사이의 빈 결속부에 납추 하나를 더 걸었다. 첫 룬 파편은 그 안에서 더 깊게 물과 뿌리와 화덕의 기록을 끌어 모았다. 파편은 글도 빛도 없이, 닿아 있는 거리추와 화로 바닥과 뿌리 결을 한 번에 같은 방향으로 당겼다.

“아직은 분리할 수 없소.” 세른이 말했다. “군도가 이대로면 바깥부터 가라앉는다.”

그는 누구의 이름도 더 부르지 않고, 최종 결속을 시작했다.

멀리 바깥쪽에 있던 작은 섬 하나가 물 아래로 천천히 기울었다. 섬의 뿌리다리는 오르메로 이어지지 못한 채 끊어졌고, 집 몇 채가 기울어진 흙 위에서 서로 부딪혔다.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다. 도린은 이미 조타륜을 돌리고 있었다. 움직이는 정박지의 세 줄이 한꺼번에 울렸다. 이제 첫물호는 오르메를 바라볼 시간이 아니라, 그 섬으로 갈 길을 다시 찾아야 했다.

나는 빈 닻을 보았다. 그 배열이 빼앗는 것은 거리와 나이테, 재만이 아니었다. 오르메의 계획이 누군가의 현재 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각 기록을 한 덩어리의 고향으로 눌러 담고 있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현재의 화로는 현재의 집으로, 현재의 뿌리는 현재의 섬으로 돌려놓고, 오르메가 가져야 할 것은 건설되지 못한 집의 모양과 아직 해 보지 못한 관계의 계획만 따로 남기는 일. 기억을 부수지 않고, 현실을 빌리지 않는 자리로 옮기는 일.

그 생각은 아직 손에 잡히는 방법이 아니었다. 다만 가라앉는 외곽 섬과, 마온이 놓지 않은 구조 밧줄 사이에서 처음 열린 구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