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룬3장

6화. 바다를 잃는 군도

첫 룬 파편이 빈 닻에 박힌 뒤, 바다는 먼저 넓이를 잃었다.

첫물호의 선수에서 보이던 벨로섬이 한 번 기울더니, 마치 바로 옆에 있던 섬처럼 커졌다. 그 뒤로는 북쪽 수림섬의 검은 뿌리다리가 보였다. 어제라면 하루를 꼬박 달려도 닿지 않을 두 섬이, 서로의 지붕과 나무 그림자를 물 위에 겹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물이 섬을 밀어 온 것이 아니었다. 섬 사이에 있어야 할 물길이, 누군가 바닥에서 길이만 잘라 낸 듯 사라지고 있었다.

리아가 납추를 내렸다. 줄은 물에 닿자마자 팽팽해졌고, 아직 반도 내려가지 않았는데 추가 벨로섬 뿌리에 부딪혔다. 그는 손가락으로 줄의 길이를 재고, 지도 가장자리에 짧게 점을 찍었다. 처음에는 한 점이었다. 다음 납추도 같은 자리에서 걸리자, 점은 두 섬 사이를 가로지르는 굵은 선이 되었다.

“거리가 줄어든 게 아니에요.” 리아가 말했다. “그 사이가 빠졌어요. 흐를 물도 같이요.”

말을 듣는 동안에도 벨로섬의 기울어진 집 한 채가 수림섬 바깥 뿌리에 닿았다.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보다 먼저, 두 섬의 흙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둔한 진동이 선체까지 왔다. 지붕 위에 있던 사람이 비틀거렸다. 마온이 난간을 붙잡고 그쪽을 보았다. 그의 손등에는 뿌리칼 자루가 파고든 자국이 하얗게 남았다.

“배를 띄워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도린은 이미 조타륜 곁에 서 있었다. 그러나 선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한 사람은 돛줄을 쥔 채 멀리 오르메 부두만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은 계류줄을 풀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자기 발밑의 줄을 쓰다듬기만 했다. 그들의 눈에는 우리가 갑판이 아닌 마른 부두에 서 있는 듯했다.

“정박은 끝났습니다.” 젊은 선원이 중얼거렸다. “짐도 내렸고, 물도 채웠어요. 여기서 기다리면 가족들이 오겠죠.”

그가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첫물호는 오르메에 묶인 적이 없었다. 난간의 줄은 여전히 파도에 젖어 있었고, 바닥에는 벨로섬 주민들이 올려 둔 물통이 굴렀다. 하지만 빈 닻은 파편으로 우리 손의 압력까지 읽고 있었다. 선원들의 손가락에는 완벽한 부두에서 매듭을 풀고 짐을 내리던 순서가 먼저 들어왔다. 실제 줄은 너무 거칠고 젖어 있다는 감각이, 기억 속 매끈한 말뚝에 밀려났다.

도린이 조타륜에서 손을 떼었다. “그 부두에는 배가 몇 번 들어왔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선원 하나가 어색하게 웃었다. “매일요. 늘 같은 시간에.”

“그럼 이 줄에는 왜 소금이 이렇게 박였어?”

도린은 선원 곁으로 가서 계류줄의 마른 비늘을 손톱으로 긁었다. 소금 가루가 젖은 갑판에 떨어졌다. “오르메 부두에는 우리 배 무게가 남은 홈도 없었어. 그런데 이 줄은 지난달부터 네 손에 눌린 자국이 있어.”

선원은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줄이 파고든 붉은 자국이 있었다. 그는 그제야 고개를 흔들며 계류줄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다른 선원 둘은 여섯 번째 접합부 쪽에 붙어 있었다. 반쯤 들어온 희고 매끈한 목재가, 오르메의 부두와 첫물호를 한 덩어리로 묶는 못처럼 선체 안으로 더 밀려 들고 있었다.

“저걸 빼면 배가 뜯깁니다.” 한 선원이 말했다. “넣으면 부두가 우리를 붙들어 줄 거예요.”

“부두가 아니라 빈 닻이 붙드는 거야.” 도린이 말했다.

그는 왼손의 수피 붕대를 풀었다. 젖고 해진 붕대가 손등에서 천천히 벗겨졌다. 그 아래에는 벌어진 상처 대신 가는 흉터가 하나 남아 있었다. 흉터 주변의 살은 아직 새것처럼 당겼지만, 손가락은 끝까지 굽었다 펴졌다. 도린은 손을 몇 번 쥐었다가, 접합부 가장자리와 선체 사이에 얇은 수피를 다시 끼웠다.

“아프지 않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파.” 그가 짧게 대답했다. “그래도 손은 남았어.”

그 말은 상처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었다. 상처가 남긴 선이 지금 어느 쪽을 붙들 수 있는지 확인하는 말이었다. 도린은 흉터 난 왼손으로 접합부를 짚고, 오른손으로는 선원들의 손목을 하나씩 잡았다.

“이 부품은 배를 오르메 부두에 맞추려 해. 우린 반대로 할 거다. 부두 없이도 배가 머물 자리를 만들자.”

그는 밧줄 세 타래를 꺼내게 했다. 첫 번째는 선수의 낮은 고리에서 선원들의 허리줄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선미의 거친 난간과 접합부 바로 위의 보강대에 걸렸다. 마지막은 돛대 밑을 지나, 벨로섬에서 올라온 주민들이 잡을 수 있는 긴 줄이 되었다. 줄들은 한곳에 모여 매듭 하나가 되지 않았다. 도린은 각 줄을 서로 다른 높이에 두고, 한 줄이 당겨지면 나머지 둘의 압력을 느낄 수 있게 세 번 엇걸어 묶었다.

“첫 줄은 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려 준다.” 도린이 말했다. “둘째는 배가 어디서 갈라지려는지 알려 주고. 셋째는 우리가 누구를 태우고 있는지 알려 줘.”

그는 매듭을 단단히 죄지 않았다. 손가락 한 마디가 드나들 만큼의 틈을 남겼다. 선원들이 한 번에 같은 쪽으로 기울면 줄 하나가 먼저 울리고, 주민들이 갑판을 건너면 다른 줄이 무게를 돌려줄 틈이었다. 완벽한 부두처럼 움직임을 멈추는 장치가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지금의 무게를 다시 알려 주는 장치였다.

“움직이는 정박지예요.” 네아가 매듭 사이를 살피며 말했다.

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섬이 움직이면 정박지도 움직여야지. 배를 묶는 게 아니야. 배가 사람을 놓치지 않게 하는 거다.”

네아는 검은 퇴비를 길게 펴서 세 매듭 밑의 갑판 틈에 눌렀다. 집게는 줄을 끊지 않았다. 오르메 부두가 선원들의 팔에 건네던 ‘이미 정박했다’는 다음 동작만, 젖은 퇴비와 마른 수피 사이에 붙들어 두었다. 선원들은 여전히 부두의 냄새를 떠올렸지만, 그 냄새 때문에 실제 줄을 놓아야 한다는 당김에서는 벗어났다.

나는 선수 아래의 흐름을 살폈다. 사라진 거리를 되돌릴 힘은 없었다. 대신 남은 물은 섬과 섬이 부딪히는 곳마다 다른 압력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리아가 지도 위에 찍은 점들과 물매듭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벨로섬 왼쪽에 빈 틈이 생겨요. 잠깐뿐이에요. 그 틈으로 가면 북쪽 섬 사람들을 받을 수 있어요.”

도린은 조타륜을 잡았다. “첫 줄 잡은 사람, 네가 배가 기우는 쪽을 말해. 둘째 줄 잡은 사람은 접합부가 우는 쪽만 말해. 셋째 줄은 주민이 갑판을 건널 때마다 알려.”

그는 누구에게도 오르메를 잊으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손에 닿는 것을 각각 말하게 했다. 젊은 선원은 선수 아래가 가벼워진다고 외쳤고, 접합부를 지키던 사람은 희고 반듯한 목재가 왼쪽 틈을 더 누른다고 말했다. 벨로섬의 늙은 어부는 아이 둘이 줄을 넘었다고 알렸다. 세 개의 말이 엇갈렸지만, 그 엇갈림 덕에 도린은 한 방향의 기억 대신 배가 실제로 흔들리는 모양을 알 수 있었다.

첫물호는 벨로섬과 수림섬 사이의 좁은 물길로 들어갔다. 양쪽 섬의 뿌리가 물 위에서 서로 눌려 갈색 거품을 토했다. 지붕에서 떨어진 사다리 하나가 배 옆을 쳤다. 나는 물의 흐름을 억지로 밀지 않고, 사다리가 선체에 부딪힌 뒤 빠져나갈 작은 길만 불렀다. 물이 한 번 아래로 가라앉자 사다리는 선수 옆을 스치며 흘러갔다.

마온은 배 난간에 몸을 매달려 벨로섬 쪽 밧줄을 던졌다. 그의 손에 묶인 뿌리칼은 집을 고치는 물건이었다. 그는 그것으로 사람을 끌어당기지 않고, 무너진 지붕 아래 끼인 밧줄을 잘라 사다리를 내렸다. 주민들이 하나씩 내려올 때마다 셋째 줄이 달라진 무게로 처졌다. 도린은 그 처짐을 듣고 조타륜을 아주 조금 돌렸다. 첫물호는 섬에 닿지 않은 채, 사람들 곁에서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구조는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첫물호는 좁아졌다 넓어지는 물길을 세 번 오갔다. 처음에는 벨로섬의 아이들과 물통을 옮겼고, 다음에는 수림섬의 뿌리다리에서 미끄러진 사람들을 받았다. 세 번째에는 집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뿌리가 서로 맞물리며 흙을 밀어 올리는 순간에야 배로 뛰어들었다. 배가 돌 때마다 오르메 부두의 기억은 다시 선원들을 멈추게 하려 했다. 그때마다 첫 줄에는 배의 기울기가, 둘째 줄에는 접합부의 압력이, 셋째 줄에는 누군가의 숨과 발걸음이 전해졌다.

도린은 그것을 듣고 명령했다. “왼쪽 반 걸음. 접합부는 버틴다. 아이를 먼저 안쪽으로. 돛은 더 펴지 마.”

세 번째 왕복의 끝에는 작은 어선 한 척이 있었다. 어선은 두 섬이 맞닿는 틈에 끼어, 노를 물에 넣을 공간도 없었다. 배 안에는 그물을 걷던 부부와, 젖은 상자를 붙든 소년이 있었다. 오르메 부두의 기억에 사로잡힌 선원 하나가 그쪽을 보고도 “저 배는 이미 들어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는 어선이 빈 부두의 맨 끝에 반듯하게 놓여 있었을 것이다.

도린은 그 말을 꾸짖지 않았다. 왼손 흉터가 당기는 손으로 둘째 줄을 한 번 눌러 보았다. 접합부가 삐걱대는 압력이 매듭을 지나 선원들의 허리까지 전해졌다.

“이미 들어온 배면, 왜 네 손에 이 무게가 오지?”

선원은 말없이 줄을 잡았다. 물 아래에서 어선의 선수가 벽처럼 밀려온 뿌리에 눌릴 때마다, 셋째 줄이 짧게 떨렸다. 구조 주민들이 그 진동을 손바닥으로 느끼고 서로 자리를 비켰다. 마온은 난간 아래로 밧줄을 내렸고, 네아는 그 밧줄이 오르메 쪽 기둥에 닿지 않게 수피 조각을 덧댔다. 나는 어선과 첫물호 사이의 남은 흐름을 따라 물의 압력이 갈라지는 쪽을 불렀다. 물은 어선을 밀어내지 못했지만, 선수가 한 번 숨을 돌릴 만큼 옆으로 기울게 했다.

그 짧은 틈에 소년이 밧줄을 잡았다. 그의 어머니가 뒤를 밀고, 아버지는 마지막에 상자를 던졌다. 상자 안에는 마른 그물과 바늘, 오늘 잡은 작은 물고기 몇 마리뿐 이었다. 완벽한 부두에서는 필요 없을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갑판에 오르자마자 젖은 바늘을 잃지 않으려 손에 꼭 쥐었다.

“어느 줄이 사람을 받쳤지?” 도린이 물었다.

젊은 선원이 대답했다. “셋째 줄입니다.”

“어느 줄이 배가 부서질 곳을 알려 줬고?”

“둘째요.”

“그럼 첫 줄은?”

그는 잠시 물을 보았다. “우리가 아직 물 위에 있다는 걸요.”

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선원의 시선에서 오르메 부두의 말뚝이 옅어졌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어선의 젖은 노와 소년의 손이 그보다 가까워졌다. 움직이는 정박지는 배를 안전한 곳에 고정하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가 아직 구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줄마다 다른 무게로 되돌려 주었다.

그 목소리는 기억 속에서 늙어 가는 완벽한 항구의 선장 목소리와 달랐다. 그는 모든 일을 미리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잘못 돌리면 배를 긁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 그래도 다음 사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선원들도 그 차이를 알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가 부두가 보인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이 자기 손의 줄이 젖었다고 대답했다. 완벽한 정박의 기억은 남았지만, 그 기억 하나로 배 전체를 멈출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벨로섬의 낮은 집들 쪽을 지날 때, 마온이 갑자기 줄을 놓칠 뻔했다. 그의 집은 우물 곁에 있었다. 흙담 한쪽에 걸어 둔 작은 뿌리 표본과, 비가 새면 가족들이 번갈아 받치던 지붕이 보였다. 그런데 집 아래의 굵은 뿌리가 땅에서 뽑혀 오르메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뿌리는 그냥 부러진 것이 아니었다. 오래 수리한 자리에 덧댄 수피와, 병든 해에 잘라 낸 검은 부분, 아이가 키를 재던 얕은 칼자국까지 한 겹씩 떨어져 나갔다.

떨어진 조각들은 물에 잠기지 않았다. 중앙의 오르메 쪽으로 가며 새 집의 바닥재와 기둥이 되었다. 마온의 현실 집이 견딘 계절은, 그곳에서 처음부터 흠 없었던 재료처럼 펼쳐졌다.

마온의 어머니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마온.”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뿌리칼을 든 손이 떨렸고, 칼끝은 텅 빈 우물 자리와 멀어지는 집 사이에서 갈 곳을 잃었다. 첫물호의 셋째 줄이 크게 처졌다. 도린은 배를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뒤쪽 수림섬이 다시 부딪힐 터였다. 대신 마온과 그의 어머니가 난간을 놓치지 않도록, 줄의 여유를 조금 더 풀었다.

마온은 뜯겨 나가는 집을 보며 아주 낮게 말했다.

“오르메에는 저걸 수리한 날이 없겠죠.”

그 말 뒤로, 중앙의 새 부두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마온의 가족과 꼭 닮은 목소리 였다. 돌아왔다고, 이제는 아무것도 고칠 필요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첫물호 위의 마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흉터 난 뿌리칼과, 어머니가 움켜쥔 젖은 소매와, 무너지는 집에서 막 건져 낸 작은 표본이 먼저 손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