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룬3장

1화. 지도보다 먼저 온 섬

첫물호가 처음으로 정식 항해를 시작한 날, 바다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모렌의 새 방파제가 뒤로 낮아질수록, 나는 함수의 젖은 난간에 손을 얹고 물결이 선체를 때리는 간격을 세었다. 아직 덧칠한 송진 냄새가 갑판 틈마다 남아 있었다. 도린은 그 냄새가 빠지기 전에 바다를 만나야 배가 어느 쪽으로 휘는지 안다고 했다.

그는 조타륜 가까이에 서서 왼손의 수피 붕대를 다시 감고 있었다. 붕대 아래 손바닥은 모렌에서 줄을 당기다 벗겨진 자리를 지나, 이제는 얇고 단단한 살로 아물고 있었다. 도린은 매듭을 조일 때마다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 쥐는 힘이 예전만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남은 통증이 어느 방향으로 오는지 확인하는 손이었다.

“아프면 제가 잡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도린은 조타륜을 놓지 않은 채 웃었다.

“첫 정식 항해에서 선장이 조타를 넘기면, 배가 그 버릇을 먼저 배워 버립니다.”

“배가 버릇도 배웁니까?”

“사람이 매번 같은 데에 기대면요.”

네아가 돛 아래에서 짧은 줄을 한 번 당겼다. 접이식 돛대가 바람을 조금 더 받아 선체가 옆으로 기울었다. 그녀는 바다를 보며 대답했다.

“그러니 아픈 손을 숨기는 버릇은 들이지 마세요.”

도린은 대꾸 대신 붕대 끝을 손목에 밀어 넣었다. 말을 이기려는 얼굴이 아니라, 둘의 말이 모두 맞아서 조금 곤란해진 얼굴이었다.

미레아 군도는 지도 위에서만 섬들이 가까워 보였다. 실제 바다는 매일 제 속도로 섬을 밀어 냈다. 얕은 해류가 뿌리 밑으로 돌아 들어가는 날이면 북쪽 모래섬이 반나절 더 멀어졌고, 비가 오래 내린 다음 날에는 동쪽 수림섬이 마치 한밤중에 걸어온 것처럼 가까워졌다. 그래서 이곳의 지도지기들은 선 하나로 항로를 긋지 않았다. 거리추의 납추를 물에 드리워 깊이와 흐름을 적고, 물매듭을 줄마다 다르게 묶어 그날의 바다를 남겼다.

첫물호의 난간에도 리아가 건네준 물매듭이 세 줄 걸려 있었다. 흰 줄은 얕은 흐름, 푸른 줄은 되돌아오는 흐름, 갈색 줄은 수림섬 뿌리가 물을 먹은 날의 느린 흐름이었다. 도린은 그 매듭을 조타륜 옆에 매달아 두고, 종이 지도보다 먼저 줄의 간격을 보았다.

“미레아에서는 지도가 항로를 가르치지 않는군요.” 내가 말했다.

“가르치기는 합니다.” 네아가 줄의 매듭 하나를 만졌다. “어제의 항로를요.”

그 말이 끝나자, 앞돛을 다루던 선원이 헛기침을 했다. 그는 마치 오래 참았던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리는 사람처럼 입술을 움직였다.

“오르메 쪽 물이 이만큼 잔잔했던가.”

도린의 어깨가 굳었다. 나는 처음 듣는 섬 이름이었다. 그러나 다른 선원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섬 방파제 안은 늘 이랬지. 아침이면 생선 말리는 냄새가 먼저 났고.”

그는 말하다가 자기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젖은 줄에 쓸린 자국밖에 없는 손이었다. 그런데 얼굴에는 아침마다 같은 어망을 꿰던 사람의 피로가 떠올랐다.

“내 딸이 그 부두에서 기다렸는데.”

또 다른 선원이 말했다.

“이번에는 선물을 가져가야지. 지난번엔 조개칼을 잊었어.”

지난번이 언제였는지 묻기도 전에, 갑판 위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집의 냄새와 문턱의 높이와 밥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오르메 서쪽 골목의 물통이 늘 새벽에 얼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 섬에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고 맞섰다. 기억은 서로 맞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귀환한다는 감각만은 너무 또렷해서 더 위험했다.

나는 난간을 잡았다. 내 손목 안쪽의 옅은 흉터가 먼저 당겼다. 젖은 밧줄의 감촉이 사라지고, 대신 마른 기록실 바닥과 새 가죽 장갑의 냄새가 겹쳤다.

나는 사고를 내지 않았다.

그 짧은 생각은 내 생각보다 먼저 몸 안에 들어왔다. 실습 날 각인을 벗어나지 않았고, 다친 동료도 없었고, 라엔은 내 보고서를 고쳐 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정식 호명자의 회색 외투를 입고 먼 지역의 조사 의뢰를 받았다. 책상 위에는 내 이름을 적지 않은 임명장이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내가 침식이라는 말을 모르리라 믿는 눈으로 인사했다.

그 삶에는 흉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손목을 더 세게 쥐었다. 아픈 자리는 현재에만 있었다. 손바닥에 남은 송진, 네아가 바람을 재며 건드린 줄, 도린이 왼손을 펴는 느린 동작도 현재에만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쉬고, 눈앞의 바다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나도 알아.”

도린이 낮게 말했다.

그는 조타륜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오르메 항구에 가면, 내 배가 거기 있을 것 같아. 여섯 번째 접합부까지 다 맞아 있는 배가.”

네아는 즉시 그의 앞을 막지 않았다. 대신 선원들을 향해 말했다.

“기억나는 집이 있다면, 지금 있는 사람 이름도 같이 말해 보세요. 줄을 잡은 손은 놓지 말고요.”

그 말은 명령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선원 한 명이 옆의 사람을 불렀고, 다른 사람이 자기 발밑의 물통을 붙잡았다. 귀환의 말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갑판 전체가 한 방향으로 몰려 난간을 넘으려는 움직임은 늦춰졌다.

그때 좌현 바깥에서 작은 측량선이 나타났다. 돛은 낮았고, 선수에는 납추가 든 바구니와 젖은 지도통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배가 공용 뿌리망 바깥에서 돌아왔다는 표시는 뱃머리에 묶인 마른 수피 조각이었다. 수림섬의 뿌리 신호가 닿지 않는 데까지 나갔다가 돌아온 배만 그 조각을 단다고 했다.

측량선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린 사람은 키가 작고 걸음이 빨랐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그는 갑판에 올라서자마자 우리 물매듭을 살폈다.

“첫물호 맞죠? 오늘 중앙 흐름은 남쪽으로 밀려요. 이 매듭, 아침 것입니까?”

“리아?” 도린이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선원들의 표정을 보고 멈췄다.

“왜 다들 집을 잃어버린 얼굴이에요?”

“오르메가 기억나지 않습니까?” 내가 물었다.

리아의 눈썹이 올라갔다.

“오르메요?”

그 이름을 되뇌는 목소리에는 낯섦만 있었다. 선원 하나가 불쑥 다가와 리아의 어깨를 붙들었다.

“네가 중앙 지도지기였잖아. 우리 집 앞 길을 네가 그렸어.”

리아는 그의 손을 치우지 못한 채 지도통을 가슴에 안았다.

“저는 중앙섬 지도지기가 아닙니다. 미레아에는 중앙섬이 없어요.”

“어떻게 없다고 해?”

“제가 오늘도 확인하고 왔으니까요.”

그는 선원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도통을 갑판에 펼쳤다. 비에 번진 종이마다 섬들이 작은 추와 매듭 표시로 떠 있었다. 어느 날의 선도 아니었다. 바깥 바다에서 되돌아오며 적은 여러 시간의 위치가 겹쳐 있었다. 섬들은 움직였고, 몇몇 항로에는 계산을 고친 먹선이 두세 겹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에는 섬 하나를 넣을 만한 빈자리조차 없었다. 해류가 돌고, 배가 피해야 할 수심만 있었다.

“여기가 중앙입니다.” 리아가 말했다. “어제는 얕은 물이 있었고, 오늘은 더 깊어요. 낮에는 남쪽 수림섬 그림자가 여기까지 왔고요. 섬이 있었다면 납추가 바닥을 먼저 쳤어야 합니다.”

도린이 항해 기록을 가져왔다. 첫물호가 모렌을 떠난 시각, 물매듭을 옮겨 단 시각, 바람이 약해져 돛을 접은 시각이 차례로 적혀 있었다. 나는 리아의 지도 옆에 기록을 놓았다. 선원들이 오르메의 부두가 보였다고 말한 시간에도, 첫물호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깊은 흐름 위에 있었다. 물길은 비어 있었다.

“그럼 내가 거기서 살았다는 기억은 뭡니까?” 선원이 물었다.

리아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지도 위의 빈곳과 사람의 얼굴 사이에서 시선이 흔들렸다. 그가 무언가를 빼앗기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말했다. “모른다고 해서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지도에는 지금 섬이 없다는 뜻입니다.”

네아가 지도 끝의 지워진 먹선을 가리켰다.

“여기는 왜 고쳤습니까?”

“거리추가 처음에는 바닥에 닿은 것처럼 무거웠어요. 다시 재니 해초 더미였어요. 그래서 지웠습니다.”

“실수도 남기네요.”

“안 남기면 내일 같은 물을 다시 믿게 되니까요.”

그 대답을 들은 뒤, 네아는 리아의 지도통을 조심스럽게 닫아 주었다. 선원들은 여전히 못마땅해했지만, 리아가 고향을 부정한다는 말은 더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 셋이 그 지도를 현재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갑판 위에 남았다.

그 기준이 바로 사람들을 안심시키지는 못했다. 앞돛을 맡은 선원은 종이 위 빈곳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납추가 닿지 않았다고 집까지 없어집니까? 바다는 밑바닥도 숨기잖아요.”

“그래서 한 번만 재지 않았습니다.” 리아가 말했다.

그는 지도통에서 작은 납추 세 개를 꺼냈다. 하나는 검은 진흙이 묻어 있었고, 하나는 해초 조각에 걸렸고, 마지막 하나에는 물고기 비늘이 붙어 있었다. 리아는 각각의 줄을 지도 위 시간 표시 옆에 올려놓았다. 첫 번째는 해초 더미를 바닥으로 잘못 읽은 뒤 고친 기록, 두 번째는 흐름이 바뀌어 추를 다시 내린 기록, 마지막은 아무것도 닿지 않아 줄을 더 길게 풀어 준 기록이었다.

“섬이 있다면 실패한 측정도 같은 쪽에서 실패해야 해요. 그런데 이곳은 실패한 이유가 매번 달랐어요. 물이 움직였고, 해초가 밀렸고, 배가 기울었으니까요.”

선원은 비늘 붙은 납추를 손바닥에 올렸다. 오래된 집 열쇠를 쥐던 손처럼 손가락이 오므라들었다.

“그래도 난 그 부두의 냄새를 알아.”

“그 냄새가 그 사람의 감각일 수는 있어요.” 네아가 말했다. “하지만 그 감각이 오늘의 물길보다 먼저 걸음을 정하면, 배가 암초로 갑니다.”

도린은 말없이 조타륜에서 한 손을 떼어 선원의 어깨에 얹었다. “네가 기억하는 부두가 있더라도, 첫물호는 지금 이 매듭을 따라 간다. 네가 줄을 놓고 싶어지면 말해. 대신 혼자 뱃머리로 가지는 마.”

선원은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줄을 두 손으로 다시 잡고, 자기 옆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다른 선원들도 부두의 이야기를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지만, 한 사람씩 현재 맡은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돛을 보는 사람, 물통을 묶는 사람, 납추를 걷는 사람. 갑판은 조금 전처럼 한 집으로 쏠리지 않고, 지금 배가 필요한 만큼의 간격을 되찾았다.

해가 기울 무렵, 바람이 멎었다.

첫물호의 돛이 한 번 푹 꺼졌다. 물매듭 세 줄이 동시에 아래로 처졌다. 바다에서 안개가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처음에는 누군가 회색 천을 수평선에 펼친 줄 알았다. 습기가 얼굴을 덮자 선원들의 발이 다시 뱃머리 쪽으로 움직였다.

“정박 줄!” 도린이 외쳤다.

그는 왼손으로 줄을 잡다가 잠시 이를 악물었다. 나는 선원 둘과 함께 줄을 받아 난간 고리에 세 번 감았다. 네아는 갑판의 물통과 돛대 밑 목재 사이에 검은 퇴비를 눌러 놓고, 젖은 수피 조각들을 손바닥만 한 간격으로 세웠다. 글도 표식도 아닌, 현재 선체의 무게가 어디에 실려 있는지 드러내는 배열이었다.

나는 그 배열의 빈 틈에 손을 댔다. 해류는 안개 속으로 가려졌어도 선체 아래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물이 지금의 깊이와 지금의 배를 기억하게 했다.

“첫물호는 여기 있습니다.”

내 호명은 바다를 밀어내지 않았다. 다만 배가 보이지 않는 부두 쪽으로 스스로 달려가려는 힘을 멈췄다. 선원들의 발끝이 갑판에 붙었다. 한 사람이 울음을 삼키며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아까 부두 냄새를 안다고 했던 선원이었다. 눈가를 소매로 문지른 뒤, 그는 난간 고리에 감긴 줄을 다시 살폈다. “날짜가 틀렸다면, 적어도 오늘 줄은 내가 잡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줄을 놓지 않았다. 도린은 대답 대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작은 움직임이 갑판의 다른 손들에도 전해졌다.

안개가 갈라졌다.

먼저 보인 것은 지붕이었다. 낮은 석조 지붕들 사이로 젖은 빨랫줄이 걸려 있었고, 그 뒤에는 우리가 본 적 없는 방파제가 긴 팔처럼 바다를 감쌌다. 리아의 지도에는 없던 섬이, 지도보다 먼저 물 위에 서 있었다.

부두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나와 있었다. 그들은 낯선 배를 발견한 사람처럼 놀라지 않았다. 오래 기다린 가족이 너무 늦게 돌아와서 화를 낼지 안도할지 고르는 얼굴이었다.

맨 앞의 여자가 두 손을 입가에 모았다.

“도린! 오늘이 귀환일이잖아!”

다른 사람이 곧이어 네아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나를 향해, 내가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명자님, 임명장 받으신 날에 맞춰 돌아오신다더니.”

섬의 모든 사람이 우리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우리의 이름과, 아직 오지 않은 귀환 날짜를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