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2장 · 5화
5화.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귀향
잔영기록자 · 한국어
떠난 적 없는 사람들이 돌아왔다.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돛대 숲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출항을 알리던 항구 종과 달리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울렸다.
사브가 불갈고리를 떨어뜨렸다.
“귀항 신호요.”
마른 해저에는 배가 없었다.
대신 숲 사이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선두에는 젖은 외투를 입은 모아가 있었다. 그는 어깨에 대패를 메고 한쪽 다리를 절었다. 현재의 모아는 우리 옆에서 두 다리로 서 있었다.
뒤에는 빈 새장을 든 노인과 그의 딸, 조선소 일꾼과 어부들이 줄을 이었다. 모두 모렌항에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옷은 더 오래됐고 손에는 현재 주민이 잃어버린 적 없는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저게 나라고?”
모아가 대패를 움켜쥐었다.
귀향한 모아가 같은 자세로 대패를 들었다.
두 사람은 얼굴뿐 아니라 눈썹을 찌푸리는 버릇과 왼쪽 어깨를 먼저 내미는 걸음까지 같았다.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네아가 주민들을 부두 위로 보냈다.
귀향 행렬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처럼 골목으로 들어갔다. 젖은 모아는 조선소 문을 열었고, 빈 새장을 든 노인은 현재 노인의 집으로 향했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형상들은 멈추지 않았다.
수피와 물로 된 손이 나무판을 통과했다. 집 안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났다.
“무엇을 찾는 겁니까?”
내가 귀향한 모아 앞을 막았다.
형상은 나를 보지 않고 작업대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오래된 대패날 상자가 있었다.
현재의 모아가 상자를 끌어안았다.
“내 아버지가 준 거야.”
귀향한 모아도 입을 열었다.
“내 아버지가 준 것이다.”
같은 목소리였다.
형상이 상자에 손을 대자 물막이 나무를 덮었다. 상자 표면의 최근 흠집과 새 경첩이 사라지고 오래된 모습이 드러났다.
“제자리로 돌리는 겁니다.”
네아가 말했다.
“물건을 기억 속 상태로.”
귀향 잔영들은 집과 작업장을 과거의 모습으로 바꾸고 있었다. 새로 증축한 벽이 투명해지고, 고친 그물은 옛 매듭으로 풀렸다. 현재 주민이 더한 흔적이 하나씩 지워졌다.
도린이 조선소로 뛰어 들어왔다.
그 뒤에는 또 하나의 도린이 있었다.
귀향한 도린은 현재보다 긴 머리와 낡은 목수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왼손에는 밧줄 화상 자국이 있었고 오른쪽 갈비뼈를 누르고 있었다. 다섯 항해 기억이 한 몸에 겹쳐진 모습이었다.
현재의 도린이 멈췄다.
“저게 원래 나입니까?”
귀향 잔영이 다섯 부품 쪽으로 손을 뻗었다.
“배를 완성해야 한다.”
“어느 배?”
도린이 물었다.
잔영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배를 완성해야 한다.”
“목적지는?”
“배를 완성해야 한다.”
도린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조금 빠졌다.
“내가 저랬다면 빗물 홈을 만들지 않았겠군.”
귀향 잔영은 새로운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얼굴과 기술, 출항 충동은 있었지만 도린이 오늘 만든 변화는 알지 못했다.
“돌아온 사람 자체가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항로목이 도린에게 준 역할이 현재 얼굴을 빌려 나타난 겁니다.”
“그러면 왜 내 아버지 상자를 압니까?”
모아가 물었다.
“아버지가 아니라 대패날을 기억하는 겁니다.”
나는 상자의 새 경첩을 가리켰다.
“모아가 지난겨울 고친 부분은 지우려 합니다. 그 뒤에 생긴 일을 모르니까요.”
현재의 모아가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오래된 대패날 옆에 작은 나무 물고기가 들어 있었다.
“이건 도린이 처음 깎은 거다.”
귀향한 모아가 상자를 들여다봤지만 물고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물건은 옛 항로목에 없는 현재 관계였다.
“이걸 닻으로 씁니다.”
나는 나무 물고기를 귀향 잔영의 가슴 앞에 놓았다.
형상은 뒤로 물러났다.
물고기에서 특별한 오라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삐뚤게 깎인 비늘, 모아가 칼끝으로 고쳐 준 지느러미와 도린의 어린 손에서 묻은 송진이 옛 역할에 없는 압력을 만들었다.
귀향한 모아의 몸이 둘로 갈라졌다.
한쪽에는 대패를 가르치는 동작이 남았고, 다른 쪽에는 돌아온 뒤의 빈 역할이 흩어졌다. 수피가 대패날 상자로 들어가고 물은 해저 쪽으로 흘렀다.
다른 집에서도 비명이 들렸다.
귀향 잔영들이 현재 주민의 자리를 되찾으려 했다. 노인의 형상은 빈 새장을 벽의 옛 못에 걸었고, 딸이 새로 만든 선반을 밀어냈다. 어부 잔영은 현재 그물을 풀어 세대 전 매듭으로 되돌렸다.
우리는 주민마다 옛 기억 뒤에 생긴 물건을 찾았다.
딸이 아버지 새장에 묶은 붉은 끈, 아이가 어부 그물에 걸어 둔 조개 장식, 부부가 함께 높인 문턱. 작은 변화들이 귀향 잔영 앞에 놓였다.
그러나 모든 주민에게 그런 물건이 바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한 여성의 귀향 잔영은 현재 집 안으로 들어가 화로 곁에 앉았다. 여성은 혼자 살았고, 집 안의 물건 대부분을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
“내가 새로 만든 게 없어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잔영은 여성과 같은 자세로 화로에 장작을 넣었다.
“오늘 한 일은요?”
“짐을 쌌고…… 바다로 걸어갔습니다.”
“그 뒤에 돌아왔습니다.”
“끌려왔죠.”
“그래도 빈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여성은 잠시 생각하다 부두에서 주운 젖은 조개를 꺼냈다. 1화에서 그물추에 박혀 있던 조개였다.
“이걸 놓으라고 해서 놓았습니다.”
“지금은 다시 주웠군요.”
“내가 주운 건지 기억이 시킨 건지 모르겠어요.”
“둘 중 하나라고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조개를 화로 옆에 놓았다.
“잔영이 이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보세요.”
귀향 잔영은 장작을 넣은 뒤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조개를 보지 않았다.
현재의 여성은 조개를 집어 창가에 올려놓았다.
형상이 멈췄다.
“저건 못 하네요.”
“지금 정한 일이니까요.”
여성은 창문을 열었다. 바다 없는 해저의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잔영은 바람에 수피 조각으로 흩어졌다.
현재 행동은 거창한 창조일 필요가 없었다. 기억이 끝난 자리에서 다음 동작을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귀향 행렬의 절반이 사라졌을 때, 항구 입구에서 조수추 소리가 났다.
오르나가 주민들과 함께 들어왔다.
그녀는 잔영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에르바식 귀항 인사를 했다.
“돌아온 분들의 자리를 비우십시오.”
현재 주민들이 웅성거렸다.
“저것들은 사람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네아가 말했다.
“현재 자리를 원래 모습으로 돌리는 겁니다.”
“원래 주인이 돌아왔으니 당연합니다.”
“저 형상은 새로운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긴 항해 뒤에는 누구나 혼란스럽습니다.”
오르나는 귀향 잔영을 산 사람처럼 대했다. 주민 몇 명도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이 물려받은 기술과 얼굴의 원형이 돌아왔다고 믿는 눈치였다.
빈 새장을 들었던 노인이 자기 귀향 잔영 앞에 나섰다.
“내가 떠난 날을 기억하나?”
형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왔다. 갑판 아래에서 아내가 기침했지.”
노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했나?”
“갑판 아래에서 아내가 기침했다.”
“마지막 말 말이다.”
형상은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현재의 딸이 아버지 곁으로 왔다. 노인은 딸을 밀어내지 않았지만 시선은 잔영에게 붙어 있었다.
“아내는 그 배에서 죽었소. 나는 그 뒤를 기억하지 못해. 저 사람이 기억한다면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을 거요.”
네아가 낮게 말했다.
“저 형상은 듣지 못한 말을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나보다 많이 기억하잖소.”
노인이 잔영에게 손을 뻗었다.
형상의 손도 올라왔다. 두 손이 닿는 순간 노인의 피부 위로 오래된 물막이 번졌다. 굽은 손가락이 펴지고, 손등의 검버섯과 오늘 생긴 작은 상처가 사라졌다. 노인의 몸을 기억 속 상태로 되돌리려는 압력이었다.
딸이 아버지의 팔을 붙들었다.
“그 손 아니야.”
“놓아라.”
“어머니가 마지막에 잡은 건 아버지 손이 아니잖아.”
노인이 딸을 봤다.
“무슨 말이냐?”
딸은 빈 새장의 붉은 끈을 풀어 아버지 손목에 감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제가 태어나기 전이었어요. 그 뒤에 아버지가 저를 안고 살았잖아요. 저 형상이 아는 손은 그전 손이에요.”
잔영은 붉은 끈을 알아보지 못했다.
노인의 손등에 돌아왔던 젊은 피부가 흔들렸다. 그 아래에서 딸을 업다 생긴 어깨의 굳은살, 창고 문에 찧은 흉터와 새장 철사에 찔린 오늘의 상처가 다시 나타났다.
“저 사람이 원래라면, 나는 그 뒤에 덧붙은 가짜인가?”
노인이 물었다.
“그 뒤를 산 사람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저 형상은 잃은 날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뒤에 아버지가 한 일은 딸과 이 손에 남아 있습니다.”
노인은 귀향 잔영에게서 손을 뗐다.
“아내의 마지막 말은?”
형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도 없군.”
노인은 울면서 웃었다.
“그럼 내가 모르는 걸 네가 돌려줄 수는 없겠구나.”
그는 빈 새장을 잔영에게 건네지 않고 딸에게 주었다. 귀향한 형상의 가슴에 금이 갔다. 잃어버린 아내의 기억은 남았지만 현재 노인의 자리를 빼앗을 힘은 사라졌다.
이 광경을 본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누군가는 잔영에게서 오래전에 잃은 부모와 동료의 흔적을 찾으려 했고, 누군가는 자기 집을 지우는 형상을 몰아내려 했다. 잔영을 모두 거짓이라 부르면 주민이 물려받은 기억과 상실까지 부정하게 된다. 모두 돌아온 사람이라 부르면 현재의 삶이 자리를 잃었다.
“말을 걸게 두되 집 안으로는 들이지 마세요.”
나는 주민들에게 말했다.
“새로운 질문에 답하는지, 오늘 생긴 물건을 알아보는지 확인하십시오. 답하지 못하는 부분을 억지로 채워 주지 마세요.”
네아가 골목마다 검은 끈을 낮게 걸었다. 사람은 넘어갈 수 있지만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잔영은 매듭 앞에서 멈추는 높이였다.
오르나는 그 경계를 보며 말했다.
“기억을 심문할 권리가 기록원에게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런데도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군요.”
“사람과 기억의 자리를 나누는 겁니다. 기억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도린이 자기 잔영을 앞으로 밀었다.
“그럼 물어보세요.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
오르나가 형상을 바라봤다.
“마지막 출항을 완성한다.”
귀향한 도린이 대답했다.
“어디로?”
“마지막 출항을 완성한다.”
“돌아올 항구는?”
“마지막 출항을 완성한다.”
오르나의 눈이 흔들렸다.
그 순간 귀향 잔영들이 동시에 몸을 돌렸다.
항구 종이 울렸다.
형상들은 현재 주민을 집에서 밀어내고 부두 쪽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귀향은 목적이 아니었다. 옛 역할을 제자리로 돌려 출항 순서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수피 팔들이 골목을 막고, 물로 된 밧줄이 주민의 손목을 묶었다.
네아가 침묵 끈을 펼쳤다.
이번에는 형상 전체를 묶지 않았다. 각 형상이 현재 물건을 지우려는 손목에만 끈을 걸었다.
“기억은 남겨요.”
그녀가 말했다.
“자리를 빼앗는 동작만 멈춥니다.”
나는 주민들이 찾아낸 현재 물건을 골목의 돌 위에 놓았다. 나무 물고기, 붉은 끈, 조개 장식과 새 경첩. 물건들 사이를 항로목의 가장 바깥 수피로 이었다.
귀향 잔영이 손을 뻗을 때마다 현재 나이테가 먼저 반응했다.
모아는 잔영의 대패를 피하지 않고 자신의 대패를 맞댔다. 옛 동작을 그대로 막는 대신 방향을 바꿔 새 경첩에 맞는 홈을 팠다. 두 기술이 부딪치자 잔영의 수피가 현재 대패 안으로 들어갔다.
도린은 다섯 기억의 잔영 앞에 닫히지 않은 결속부를 놓았다.
“이건 아직 완성하지 않을 겁니다.”
잔영이 청동 턱을 닫으려 했지만 나무쐐기가 막았다. 도린은 그 틈 옆에 새 구멍을 하나 더 뚫었다.
잔영의 손이 무너졌다.
주민들도 하나씩 다음 행동을 만들었다. 옛 매듭을 현재 그물에 맞게 다시 묶고, 오래된 화로 옆에 오늘 주운 조개를 놓았다. 귀향 잔영들은 그 변화를 따라 하지 못한 채 물과 수피로 갈라졌다.
마지막 형상이 사라지자 항구 종도 멎었다.
오르나는 바닥에 남은 수피를 주웠다.
“모습이 불완전했다고 해서 에르바의 뜻까지 거짓은 아닙니다.”
“그 뜻을 어디서 확인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오르나는 품에서 목판 묶음을 꺼냈다. 귀항불 앞에서 나무쐐기를 끼워 둔 바로 그 기록이었다.
“마지막 출항 명부가 있습니다.”
목판에는 이름을 새긴 글자와 역할마다 다른 매듭 구멍이 함께 남아 있었다.
오르나가 나무쐐기를 빼지 않은 채 첫 장을 펼쳤다.
“에르바가 끝내 하지 못한 일을 누가 이어야 하는지, 여기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