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룬3장

10화. 움직이는 섬들의 지도

빈 닻이 갈라진 자리에서, 가장 먼저 풀린 것은 물길이었다.

중앙으로 눌려 있던 거리가 한꺼번에 길어지자 첫물호의 난간이 크게 울렸다. 가까이 붙어 있던 섬들은 서로를 밀치지 않고, 제각기 원래의 흐름을 찾아 천천히 벌어졌다. 바다는 누군가에게 안전한 길을 골라 주지 않았다. 다만 압축되어 있던 거리만 풀어, 섬과 배가 실제로 있어야 할 만큼 떨어지게 했다. 리아는 갑판에 엎드린 채 물매듭을 하나씩 옮겼다. 매듭은 미끄러지다가도 납추가 닿은 수심과 맞는 자리에서 멈췄다.

“벨로섬은 동쪽으로 세 번 더 돌아야 해요.” 리아가 말했다. “수림섬은 지금보다 바깥이에요. 중앙은… 이제 지도에서 길이 아니라 빈자리로 남겨야 해요.”

그는 현재 지도에 빈자리를 칠하지 않았다. 물매듭과 거리추가 다시 재어 준 항로를 그대로 두고, 섬들이 지나갈 물길을 얇은 선 대신 매듭의 방향으로 남겼다. 해류는 그 기록을 따라 배 밑을 밀었다. 첫물호가 바깥 섬의 기울어진 가장자리를 피할 만큼, 그리고 아직 구조를 기다리는 배가 닿을 만큼만 흐름을 돌려 주었다. 사람을 옮기는 일은 도린과 선원들이 했고, 길이를 되돌리는 일은 물이 맡았다.

“셋째 줄부터.” 도린이 말했다.

그는 조타륜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한 손으로 여섯 번째 접합부를 더듬었다. 빈 닻이 누르던 매끈한 부품은 갈라져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첫물호가 처음부터 견딘 얇은 흠집과, 선원들이 여러 번 다시 감은 수피 띠가 남아 있었다. 도린의 왼손 흉터는 젖은 줄에 눌려 희게 보였지만, 이제 수피 붕대는 없었다. 그는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써서 접합부에 새 수피 조각을 끼우고, 오래 쓰던 쇠못을 맞는 구멍에 박았다.

“완벽하게 고치려 하지 마.” 그가 가까운 선원에게 말했다. “우리 배가 움직인 자리 만큼만 맞춰.”

도린의 말은 선체를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었다. 접합부는 물길이 바뀌어도 같은 힘을 받지 않도록, 실제 선체의 휜 결에 맞춰 돌아갔다. 그가 매듭을 조이자 첫물호는 구조 밧줄의 무게를 받아도 삐걱거리는 소리만 내고 버텼다. 여섯 번째 접합부는 다른 배의 표준 부품이 아니라, 이 배와 이 선원들의 손에 맞는 자리로 복원되었다.

수림은 그 사이 현실 섬의 나이테를 붙들었다. 오르메의 집을 지탱하던 고른 기둥은 물 위에서 얇은 수피 조각으로 풀렸다. 마온은 뿌리다리 끝에 서서, 어느 조각이 수림섬의 겨울을 지나온 것인지 손끝으로 더듬었다. 병든 해에 검게 변한 결, 비가 길어 성장이 늦었던 고리, 지붕을 받치려고 덧댄 수피가 각각 다른 뿌리를 찾아갔다.

“이건 벽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마온이 말했다. 그는 오르메의 작은 수피 모형을 리아가 든 가능성 지도 위에 올려놓았다. “저건 거기로.”

수림은 모형 안에 건축의 방향만 남겼다. 오르메에서 우물이 어느 골목과 이어질지, 집들이 어떤 바람을 피하도록 서 있을지,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면 어떤 기둥을 세울지 같은 계획의 뼈대였다. 현실 섬의 나이테와 수리 흔적은 모형에 섞이지 않았다. 그것들은 각 섬의 잘린 뿌리로 돌아가, 느리게 끊긴 결을 다시 이어 주었다. 수림이 하는 일은 오르메를 현실 섬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성장 순서를 현실에 붙들고 계획의 구조를 별도 수피 모형에 남기는 일이었다.

마온은 자기 집 쪽으로 돌아가는 굵은 뿌리를 보았다. 그 뿌리에는 아이가 키를 재던 얕은 칼자국도, 가족이 병든 부분을 도려낸 자리도 남아 있었다. 그는 뿌리칼을 그 상처에 대지 않았다. 대신 갈라진 가장자리에 검은 흙을 채우고, 살아 있는 결끼리 맞닿게 눌렀다. 수림은 그 압력을 따라 천천히 다리를 회복했다. 마온은 중앙의 완벽한 집을 향해 가지 않았다. 현실 가족이 돌아갈 수 있도록, 벨로섬의 뿌리부터 복구했다.

화염은 빼앗긴 생활의 온기를 돌려보냈다. 그것은 불꽃이 하늘로 치솟는 일이 아니었다. 네아가 각 화로의 재 층을 손으로 갈라, 어디에 젖은 나뭇가지의 검은 재가 있어야 하는지, 어디에 약물을 오래 끓인 붉은 재가 있어야 하는지 찾아 주는 일이었다. 그녀는 무광 집게로 중앙의 매끈한 화로 바닥에 붙은 재를 집어, 주인을 찾아 돌려놓았다. 아르마의 마른 물통 옆 화로에는 짠물을 끓여 식힌 날의 재가 돌아왔고, 에단의 집에는 비를 피하려 이웃과 나누어 쓴 작은 불의 흔적이 돌아갔다.

사람들은 잃었던 온기를 손바닥으로 확인했다. 마온의 어머니는 자기 화로에서 약물 냄새 밴 재를 찾아내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재는 좋은 계절의 표식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 안에는 누가 오래 불을 지켰고, 누가 이어 물을 길러 갔는지가 겹쳐 있었다. 화염은 그 관계를 새로 만들지 않았다. 빼앗겼던 생활 흔적이 제 화덕에 다시 앉을 만큼의 온기만 돌려주었다.

“이제야 따뜻해.” 아르마가 말했다.

네아는 고개를 저었다. “원래 있던 온기가 돌아온 거예요.”

그녀는 아르마에게 물통을 넘겨주고, 화로 곁에 남아 있던 작은 숟가락을 집게로 가리켰다. “이걸 쓰던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정해 주지는 않아요. 당신들이 기억하고, 필요하면 서로 물으면 돼요.” 아르마는 숟가락의 휜 자루를 보다가, 물이 짰던 계절에 막내에게 약을 먹이려 했던 일을 말했다. 옆에 있던 이웃이 그날 그릇을 빌려줬다고 덧붙였다. 화덕에는 재만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빼앗겼던 생활의 관계가, 현재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말해질 수 있는 자리가 돌아왔다.

네아는 그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집게를 닦아 수피 주머니에 넣고, 다음 화로로 옮겼다. 보존은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붙들어 두는 일이 아니었다. 무엇이 현재 사람들의 손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구분하고, 그들이 다시 고르고 기억할 여지를 남기는 일이었다.

물은 거리를 풀고, 수림은 나이테와 뿌리의 순서를 붙들고, 화염은 화덕의 생활 흔적을 돌려놓았다. 세 흐름은 하나의 힘으로 합쳐지지 않았다. 해류가 나이테를 붙이지 않았고, 수림이 배를 밀지 않았으며, 화염이 가라앉는 섬을 들어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도 다른 기록을 대신 정하지 못했다. 서로 다른 일들이 맞물려, 군도는 하나의 완벽한 섬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여러 섬으로 남았다.

중앙의 빈 닻은 거의 물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거기서 첫 룬 파편이 마지막까지 결속부에 걸려 있었다. 파편은 아무 빛도 내지 않았다. 다만 주변의 거리추와 뿌리 골격, 화로 돌이 서로 끌려가려 할 때마다 손바닥 안의 뼛조각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첫물호의 선수에서 줄을 받아 뿌리다리 끝으로 건넜다. 도린이 배를 그 자리에 붙들었고, 리아는 현재 지도 위의 물매듭이 내 쪽에서 풀리지 않게 손가락으로 눌렀다.

“중앙으로 들어가면 길이 다시 접힐 수 있어요.” 리아가 말했다.

“그럼 지금 있는 거리만 따라갈게요.” 나는 대답했다.

나는 빈 닻이 남긴 돌 위에 발을 디뎠다. 화로의 돌은 이제 그냥 차가운 돌이었고, 뿌리 골격은 어디에도 이어지지 못한 채 갈라져 있었다. 빈 결속부 안에는 파편을 잡던 수피 고리와 납추가 뒤엉켜 있었다. 나는 고리를 억지로 뜯지 않았다. 네아가 건넨 무광 집게로 납추의 무게를 하나씩 빼고, 마온이 멀리서 알려 준 살아 있지 않은 뿌리 결만 잘라 냈다. 물이 차오르기 전에 파편이 손바닥으로 굴러 나왔다.

첫 룬 파편은 차갑고 무거웠다. 그것은 오르메의 기억도, 누군가의 영혼도 아니었다. 물질 기록을 한 기준으로 묶어 버리던 빈 닻의 관측 자리에 걸렸던 조각이었다. 나는 파편을 움켜쥐고 첫물호로 돌아왔다. 도린은 배를 돌려 주었고, 해류는 그 회전을 받을 만한 물길만 남겼다.

갑판에 발을 디디자 네아가 먼저 내 손을 살폈다. 빈 닻 안에서 잡아당겨졌던 손목 흉터는 붉게 부어 있었지만, 새 상처는 아니었다. 그녀는 물을 묻힌 천으로 그 자리를 닦고 수피 끈을 풀었다. 나는 끈이 남긴 자국을 내려다보다가, 가능성 속의 매끈한 손목을 다시 떠올렸다. 그 삶을 그리워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리움이 내 손을 움직이는 이유 전부가 되지 않도록, 지금 잡은 파편과 동료들의 손을 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재봉인은 갑판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리아가 현재 지도에서 풀어 낸 물매듭 하나를 파편 옆에 놓았다. 매듭은 어느 섬도 중앙으로 당기지 않고, 지금 측정한 거리만 가볍게 표시했다. 네아는 검은 퇴비를 얇게 펴서 파편 아래에 받쳤다. 그것은 기억을 지우는 흙이 아니라, 다른 기록이 현재 화로와 사람을 덮지 못하도록 경계를 만드는 물질이었다. 마지막으로 마온이 열린 수피 고리를 그 둘 위에 올렸다. 고리는 닫혀 완성된 고리가 되지 않았다. 안과 밖이 서로 있음을 남긴 채, 파편을 느슨하고도 단단하게 감쌌다.

“이렇게 두면 또 빠져나오지 않을까요?” 도린이 물었다.

네아가 고리를 살폈다. “억지로 가두는 것보다, 무엇과 결속하면 안 되는지를 분명히 하는 편이 낫죠.”

리아가 물매듭의 끝을 지도 가장자리에 걸었다. “현재 지도를 기준으로 둘게요. 가능성 지도에는 오르메가 남고, 파편은 어느 쪽에도 사람을 밀어 넣지 못하게요.”

그 말과 함께 수피 고리가 파편 주위에서 멈췄다. 검은 퇴비는 갑판 틈으로 흐르지 않고 그 자리를 받쳤다. 물매듭은 섬들의 움직임을 따라 아주 작게 흔들렸다. 첫 룬 파편은 다시 봉인되었지만, 군도와 오르메를 한 덩어리로 만들던 자리에 연결되지는 않았다.

리아는 같은 바탕지 위의 두 층을 나란히 들었다. 현재 지도 층에는 벨로섬과 수림섬, 작은 외곽 섬들이 서로 다른 물길 위에 있었다. 수정한 매듭과 흔들린 거리추가 남아 있어, 그날 군도가 얼마나 위태롭게 움직였는지도 지워지지 않았다. 가능성 지도 층에는 중앙에 물리적 섬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수피 모형의 작은 지붕과 우물의 방향, 함께 살기를 바랐던 관계의 모양만 남겼다. 오르메는 현실에 있었던 잃어버린 섬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그곳을 바랐던 감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두 층을 병렬로 보관하겠어요.” 리아가 말했다. “한 층이 다른 층의 자리를 먹지 않도록.”

그는 가능성 지도 층의 수피 모형을 바탕지 위에 고정하지 않았다. 모형 아래에는 작은 받침만 두고, 필요하면 꺼내 건축의 방향을 살필 수 있게 했다. 현재 지도 층의 물매듭은 매번 새로운 거리로 움직여야 했고, 납추는 바닥을 다시 만나야 했다. 리아가 한 바탕지 위의 두 층을 함께 품는다는 것은 두 이야기를 하나로 꿰매는 일이 아니라, 각각이 자기 질문을 잃지 않게 돌보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오르메를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중앙에는 섬이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수피 모형 속의 통로와 우물 자리, 그리고 그곳을 바랐던 감정이 현재 주민의 집을 밀어내지 않는다는 약속뿐이었다. 오르메를 과거의 실재로 만들 필요도, 다시 지을 약속으로 세울 필요도 없었다.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던 계획은 계획으로 남아, 살아 있는 사람들의 다음 선택을 비추는 데까지만 함께할 수 있었다.

마온은 수림섬으로 이어지는 뿌리다리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현실 가족이 먼저 건너갈 수 있도록 뿌리의 눌린 부분을 손으로 폈다. 그는 미레아에 남아 그 다리와 벨로섬의 집들을 고치겠다고 했다. 계획의 고향을 부수어야 현실의 고향이 남는 것이 아니라, 둘을 구분해 두어야 지금 고칠 집이 보인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도린은 접합부에 마지막 못을 박았다. 배가 한 번 낮게 울리고, 첫물호의 선체가 무게를 고르게 받았다. 그는 갑판 끝에 서서 바깥으로 풀린 항로를 보았다. 여섯 번째 접합부는 더는 다른 배의 완성된 일부가 아니었다. 도린과 선원들이 긴급 구조와 측량을 거쳐 붙들어 온 첫물호의 것이었다.

“이걸로 첫 항해는 끝이다.” 도린이 말했다. “이제 정식으로 돌아갈 수 있겠군.”

그의 말은 항구로만 가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첫물호는 처음으로 자기 선체와 자기 선원, 자기 항로를 갖춘 배가 되었다. 도린은 수피 띠가 감긴 접합부를 한 번 두드리고, 다음 항로를 향해 조타륜을 돌렸다.

리아는 현재 지도 층 가장자리에서 아주 가는 물매듭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빈 닻이 무너지기 전 세른이 빠져나간 쪽을 가리켰다. 매듭은 정확한 좌표 자체를 알려 주지 않았다. 세른이 휴대용 결속부에 복사해 가져간 것은 그가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퇴각 방향은 바깥 해류를 넘어, 광맥 도시로 이어지는 오래된 항로와 맞닿아 있었다.

“세른은 저쪽으로 갔어요.” 리아가 말했다. “광맥 도시예요.”

네아는 재봉인한 파편을 수피 상자에 넣어 들었다. 나는 같은 바탕지의 현재 지도와 가능성 지도 층을 나란히 바라보다가, 마온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뿌리다리 곁에 남았고, 리아는 그 바탕지를 말아 물에 젖지 않게 품었다. 도린은 첫물호의 선수를 광맥 도시 쪽 흐름으로 돌렸다.

네아와 도린, 그리고 나는 다음 지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도는 존재하지 않았던 섬까지 품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갈 자리를 대신 정하지는 않았다.